**3단계 두터움: 중앙의 발견과 무형의 가치**

20세기 초, 앞선 두 패러다임을 모두 뛰어넘는 제3의 세계관이 바둑판에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현대 바둑의 창시자'로 불리는 우칭위안이다.

1933년 기타니 미노루와 함께 우칭위안은 신포석을 내놓았음. 모든 고수가 귀와 변의 효율적인 자리를 선점하려 몰려갈 때, 그는 4선·5선, 심지어 당시 금기시되던 천원(바둑판의 정중앙 점)까지 활용하는 파격적인 포석을 선보였다.

**당장 집이 나지 않고 실리도 없어 보이는 중앙과 높은 곳의 착점은 기존 패러다임의 눈으로 보면 명백한 악수였다.

그러나 대국이 깊어질수록 판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쓸모없어 보이던 중앙의 돌들이 반상 전체에 영향력을 뻗으면서 나중에는 집과 세력으로 변했다.

초반에는 점수로 잡히지 않다가 중반으로 갈수록 숫자로 드러나는 힘.

이렇게 쌓인 잠재력과 영향력의 총합이 바로 '두터움(厚み)'이다.

그의 무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었다.

눈앞의 실리를 일부러 포기하고, 판 전체의 균형과 미래 가치를 먼저 쌓아두는 세계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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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집보다 '나중에 불어날 집'을 중시하고, 약점을 만들지 않으며 느리게 판을 장악하는 감각.**

이 두터움이 현대 바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 황준호, 『투자의 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