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글로벌 시장은 두터움과 효율이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빅테크의 자본 지출을 사상 최대로 끌어올렸고, 그 자본이 만들어내는 컴퓨팅 인프라가 향후 10년 디지털 경제의 중심이 되리라는 기대가 지금의 시장을 움직인다. 

다만 그 기대가 그대로 현실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AI 프로덕트의 실제 시장 반응, 전력과 냉각이라는 물리적 병목, API 사용을 줄이거나 자체 모델로 갈아탈 고객사의 결정, 분기마다 흔들리는 빅테크 캐펙스Capex 가이던스. 이 4가지 변수 중 하나만 꺾여도 시장은 거칠게 반응할 것이다. **두터움의 기대가 작동하는 국면인 동시에, 그 기대가 깨지는 순간 전쟁의 감각이 필요해지는 국면이기도 하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도 같은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 코스피는 2024년 계엄 사태와 반도체 겨울로 한 해 9.6% 빠지며 아시아 최악권에 머물렀다가 2025년 한 해에만 약 76% 급등해 세계 최고 성적을 냈고, 2026년에는 AI 반도체 열기 속에 9,000선까지 치솟았다. 이 급반전을 겪은 세대는 단기 매매와 종목 회전이라는 전쟁의 방식에 올라탔고, 한편으로는 인덱스ETF·해외 분산·장기 보유라는 효율의 방식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강세장도, 효율의 시기도 영원하지 않다. **강세장이 꺾이고 변동성이 커지는 다음 국면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분산과 적립을 넘어 두터움까지 갖춘 투자자다. 좋은 종목 몇 개를 골라내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을 자산으로 보고 무엇을 비용으로 볼지, 당장 실적에 잡히지 않는 것 가운데 무엇이 장기적인 승부수가 될지를 구분해야 한다.**

- 황준호, 『투자의 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