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철학] 투자는 매년 치르는 시험이 아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어느새 기업보다 다른 사람의 수익률을 더 자주 바라보게 된다. 시장 지수를 이겨야 하고, 다른 투자자보다 앞서야 하며,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나만 뒤처질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연초에 정한 수익률은 어느 순간 반드시 받아야 할 점수가 된다.
올해 상반기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런 조급함을 보았다. 서로의 성과를 비교하는 모습을 보며, 투자마저 매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듯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였다. 그 마음에 사로잡히면 기업의 가치가 드러나는 시간보다 내 성적을 확인받아야 하는 날짜가 더 중요해진다.
3년 전 삼성전자를 분석하기 시작했을 때 바라본 시간은 3년이었다. 그 기간에 투자금이 두 배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폈다. 그것은 확정된 미래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도 아니었다. 당시의 가격과 내가 판단한 기업 가치 사이에서 검토한 투자 가설이었다.
다른 기업을 볼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과 가치의 차이가 줄어드는 구간에서 수익을 얻으려는 접근도 있지만, 먼저 묻는 것은 그 기업이 지닌 가치와 지금 지불해야 할 가격이다. 여기에 시간을 더했을 때 어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예상이 빗나가면 얼마나 잃을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한다.
하방을 살피는 일도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판단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장이 그 기업을 얼마나 낙관하거나 비관하고 있는지, 사업의 성장이 빨라지고 있는지 느려지고 있는지도 살핀다. 낮은 가격에 이미 많은 우려가 반영되어 있는지, 아니면 앞으로의 악화를 아직 충분히 담지 못한 것인지 구분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검토해도 손실의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안전하다고 여긴 근거가 틀릴 수 있다는 점까지 판단에 넣어야 한다.
결국 내가 지키고 싶은 원칙은 크게 잃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수익률이 낮은 한 해와, 다음 기회를 잡을 자본을 크게 잃는 일은 다르다. 전자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하고, 후자는 피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물론 성과를 비교하고 돌아보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비교의 목적은 내 판단을 점검하는 데 있어야 한다. 남에게 뒤처졌다는 불안을 달래기 위해 투자 방식을 바꾸기 시작하면, 내가 이해한 기업과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기 쉽다.
기다림에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처음의 투자 가설이 여전히 유효한지,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지는 않은지 계속 살펴야 한다. 판단의 근거가 달라졌다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기다림은 그런 점검을 이어가면서도, 단기 성과를 증명하려는 마음 때문에 서둘러 움직이지 않는 태도다.
기업의 가치가 드러나는 시간은 우리의 결산일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올해 남보다 조금 덜 벌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가 실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안에서 자본을 지키고, 가치가 실현될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나는 해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투자자보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음 기회를 선택할 수 있는 투자자로 남고 싶다.
#미리보는
✏️ [투자철학] 투자는 매년 치르는 시험이 아니다.
재야의 고수들
@gaoshoukorea재야의고수들 필진이 작성한 글은 ▪️︎개인의 주관적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오류의 내용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특정 주식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필진이 보유한 주식에 관한 내용일 수 있고, 해당 주식을 언제든 매수/매도할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41,210 subscribers
Open in Tele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