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한다고 하면 위험을 즐기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재야의 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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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oshou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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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한다고 하면 위험을 즐기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돈을 오래 굴리는 사람일수록 ‘이 종목이 얼마나 오를지’를 먼저 계산하지 않는다. 먼저 보는 것은 손실이다. 지금 들어가면 최대 손실이 얼마인지, 그 손실이 발생할 확률은 얼마인지, 그 손실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살아 돌아갈 길을 확인하는 것이다.

투자자는 낚시꾼이 아니라 원양어선 선장에 가깝다. 낚시꾼은 물고기를 잡으면 사진을 찍고 자랑하면 끝이지만 원양어선 선장은 바다가 뒤집히는 날에도 배가 침몰하지 않는지부터 본다. 파도가 높아지면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 돌아갈 연료와 식량은 충분한지 계산한다. 선체의 균열, 가장 가까운 피항지까지의 거리, 무전기의 작동같이 선장이 매일 점검하는 항목들은 따로따로 흩어진 것이 아니라 모두 모여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가?’의 답이 된다. 시장에서도 매일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할지, 하방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 최악의 상황에서 내 계좌가 버틸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하방이 닫혀 있다고 판단될 때 즉 ‘돌아갈 항구가 보일 때’만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

그렇게 위험을 피해 다녀서 언제 돈을 버냐고 묻는다면, 그건 위험이 난무하는 투자라는 게임을 너무 가볍게 본 질문이다. 투자는 휴대폰과 모니터 너머에 있는 전 세계 천재들과의 게임이다. UFC보다 더 치열한 격투 게임장이자, 피 같은 돈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다. 전쟁터에서는 살아 돌아오기만 해도 영웅이 될 수 있고, 성공이다. 찰스 엘리스는 이를 “위대한 한 수로 이기는 승자의 게임이 아니라 치명적 실수가 적은 쪽이 이기는 패자의 게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게임에서는 더 잘할 필요도 없다. 치명적 실수를 줄여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한 번의 대박을 좇다 떨어져 나가는 사람을 이긴다. 확률은 정확히 추정할 수 없기에 확률을 완벽히 맞히는 게 아니라 ‘확률과 보상의 괴리’가 발생한 극단적 꼬리(비대칭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시장에서 생존해야 한다.

실제로 부자가 되는 데는 연평균 20% 정도의 수익률이면 충분하다.
화려해 보이지 않는 이 숫자가 얼마나 엄청난지는 버핏이 증명한다.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로 1965~2025년까지 61년간 연평균 약 19.8%를 복리로 쌓았고, 그 결과 누적 수익률은 약 6,099,293%에 이르렀다. 1억 원을 맡겼다면 2025년 말 약 6조 1,000억 원이 되는 셈이다. 한 해 한 해의 수익률은 평범해 보여도, 복리의 시간이 충분히 쌓이면 결과는 압도적으로 커진다.

그래서 매수 버튼 앞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이 종목이 얼마나 오를까’가 아니라 ‘지금 이 가격에 들어가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다. 살아남는 한, 복리가 나머지를 완성해주길 기대할 수 있다.

- 황준호, 『투자의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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