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AI 채찍의 끝에 서 있다] 채찍을 휘두르면 손목은 조금 움직이는데 끝은 크게 휘청인다.

IT의 신 이형수

IT의 신 이형수

@hslpartners

아신 여러분들을 위한 사랑방입니다. 이 채널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오류가 있을수 있습니다. 매수/매도 추천이 절대 아니며 매매의 근거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 해당 게시물의 내용은 어떤 경우에도 법적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언급된 모든 기업은 보유 중일 수 있으며 언제든지 매도할 수 있습니다.

18,716 مشتركًا
فتح في تيليجرام
[우리는 AI 채찍의 끝에 서 있다]


채찍을 휘두르면 손목은 조금 움직이는데 끝은 크게 휘청인다.

공급망도 그렇다. 소비자 수요가 조금 움직이면 소매상이 조금 더 주문하고, 도매상이 거기에 여유를 더하고, 제조업체는 또 안전재고를 얹는다. 단계를 올라갈수록 신호가 증폭된다.
채찍 효과다.

GDP가 2% 늘면 컴퓨터 수요는 5%, 반도체 수요는 20%, 반도체 장비 수요는 50%까지 뛴다고 한다. 올라갈수록 진폭이 커진다.

그리고 한국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그 채찍의 끝에 서 있다.
좋을 때는 더 좋고, 나쁠 때는 더 나쁘다. 우리가 겪어온 사이클의 정체다.

그래서 묻게 된다.
지금 AI 사이클에도 채찍 효과가 끼어 있는 건 아닐까.

주문이 폭증할 때는 늘 의심해야 한다. 실제 수요가 아니라 재고 확보용 가수요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거품이 빠질 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맞는 건 공급망 상단이다. 엔비디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I라는 기술 자체는 되돌릴 수 없다. 그건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이 진짜인 것과 주가가 적정한 것은 다른 문제다.
인터넷은 세상을 바꿨다. 그런데 2000년에 관련 주식에 물린 사람은 본전을 찾는 데 10년이 걸렸다.

다만 지금은 그때와 다른 점이 많다.
첫째, 돈을 먼저 받는다.
마이크론의 RPO가 1000억 달러다. 이 중 220억 달러는 선급금으로 이미 받았다.
이게 중요하다. 가짜 주문은 현금을 들고 오지 않는다. 재고 쌓으려고 부풀린 주문이라면 돈을 미리 낼 이유가 없다.
둘째, 계약이 묶여 있다.
국내 메모리 빅2는 매출의 최대 70%까지 LTA로 고정한다. 2028년 SK하이닉스의 매출총이익률은 이미 계약으로 가격이 정해져 있다.
위약금이 붙은 계약은 뻥튀기 주문을 어렵게 만든다. 취소하면 자기가 손해를 보니까.
셋째, 정보가 공유된다.
채찍 효과의 근본 원인은 정보 단절이었다. 상단이 하단의 실수요를 모르니 추측으로 재고를 쌓았다.
지금은 다르다. 엔비디아는 메모리 업체와 로드맵을 공유한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캐펙스 계획을 분기마다 공개한다. 채찍이 휘청이는 메커니즘 자체가 약해졌다.
넷째, 최종 수요가 보인다.
토큰 가격이 42% 떨어지는 동안 사용량은 176% 늘었다.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도 확인된다.
가격이 내렸는데 쓰는 양이 더 늘었다는 건, 수요가 진짜라는 뜻이다.

그런데 진짜 위험은 다른 곳에 있다.
전통적 채찍 효과는 주문서가 부풀려지는 현상이었다.
지금 위험한 건 주문서가 아니라 그 주문을 떠받치는 돈이다.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소프트뱅크가 정크 등급으로 돈을 빌린다. 그 돈이 오픈AI에 들어간다. 오픈AI는 GPU를 산다. 그리고 그 GPU가 들어갈 데이터센터의 리스를 엔비디아가 보증한다.

주문은 가짜가 아니다. 진짜 주문이고 진짜 돈이 오간다. 다만 그 돈이 순환하고 있다.
칩을 파는 회사가 칩을 사는 회사의 자금 조달을 보증한다. 어딘가에서 한 고리가 끊기면 전체가 함께 흔들리는 구조다.
채찍은 주문서에서 끊어지지 않는다. 자금 사슬에서 끊어진다.

그래서 지금 봐야 할 것이 달라졌다.
과거 메모리 사이클에서는 재고를 봤다. 재고가 쌓이면 꺾일 신호였다.
지금은 금리를 봐야 한다. 신용 스프레드를 봐야 한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캐펙스를 자기 현금으로 감당하는지, 빚으로 메우는지를 봐야 한다.
알파벳이 20년 만에 800억 달러 증자에 나섰다. 빅테크들이 회사채를 찍어낸다. 캐펙스가 FCF 대비 82%, 내년엔 94%까지 올라간다.
이 숫자들이 지금의 진짜 체온계다.

채찍의 끝에 서 있다는 건 양날의 칼이다.
진폭이 크다는 건 올라갈 때 가장 높이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1년, 우리가 그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한, 내려올 때도 가장 먼저 가장 깊이 떨어진다.
지금은 주문서를 의심할 때가 아니다. 주문서는 진짜다. 선급금이 증명하고, 계약이 증명하고, 토큰 사용량이 증명한다.
다만 그 주문을 떠받치는 돈이 어디서 오는지는 계속 봐야 한다.

AI는 되돌릴 수 없는 혁명이다.
그러나 혁명이 진짜라고 해서 모든 참여자가 살아남는 건 아니다. 인터넷이 그걸 가르쳐줬다.

채찍의 끝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손목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계속 보는 것.

지금 그 손목은 금리와 자금 사슬 쪽에 있다.


-10월 9일 한글날 아침 아신 이형수
فتح المنشور في تيليجرا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