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의 난 없어져도 기록은 남는다] 창작은 자신과의 대화라고들 한다.

IT의 신 이형수

IT의 신 이형수

@hslpartners

아신 여러분들을 위한 사랑방입니다. 이 채널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오류가 있을수 있습니다. 매수/매도 추천이 절대 아니며 매매의 근거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 해당 게시물의 내용은 어떤 경우에도 법적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언급된 모든 기업은 보유 중일 수 있으며 언제든지 매도할 수 있습니다.

18 716 підписників
Відкрити в Telegram
[그 때의 난 없어져도 기록은 남는다]


창작은 자신과의 대화라고들 한다.
실상은 스스로를 괴롭혀 짜내는 일에 가깝다.

젊은 시절 애절한 이별 노래로 사랑받던 싱어송라이터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곡이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별의 감정이 멀어졌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가정이 생겼고, 아플 일이 없어졌다.
세상을 날카롭게 찌르던 힙합 가수도 마찬가지다. 가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한강뷰 아파트와 고급 외제차에 익숙해진 탓이다. 분노의 연료가 떨어진 것이다.
결핍이 사라지면 그 결핍이 만들던 것도 함께 사라진다.

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군 복무 시절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문장 하나하나가 뇌에 박혔다. 고립되어 있었고, 시간은 느리게 갔고, 책 말고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런데 제대하고 나서 같은 책을 펼쳤는데 읽히지 않았다.
책이 변한 게 아니다. 내가 변한 것이다. 그 문장을 그토록 깊이 받아들이게 했던 조건이 사라졌을 뿐이다.

여기서 불편한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우리는 고통스러울 때 가장 많이 배운다. 그런데 그 고통이 지나가면, 배운 것도 함께 희미해진다.
기억은 짧고 편집된다. 기록은 길다.

그래서 묻고 싶다.
당신에게 7월의 증시 폭락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
SK하이닉스가 하루에 15% 빠지고, 삼성전자가 10% 넘게 무너지던 날들. 서킷브레이커가 일곱 번 울리고, 장 시작 2분 만에 개인 매도가 2조 원을 넘던 그 아침.
그때 당신의 손은 떨렸는가. 무엇이 가장 무서웠는가. 왜 그 결정을 내렸는가.
지금 그 질문에 또렷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의 기억은 자기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편집된다.
공포에 질려 바닥에서 팔았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기억한다. 그때 상황이 좀 애매했지.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었어.
버티지 못한 이유는 흐려지고, 결과만 남는다. 그리고 다음 폭락이 왔을 때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무너진다.
고통은 비싼 수업료다. 그런데 기록하지 않으면 수업료만 내고 수업은 듣지 않은 셈이 된다.

지금이 특히 위험한 시기다.
실적이 좋게 나왔다. 계좌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 그러면 7월의 기억은 빠르게 흐려진다.
한강뷰에 익숙해진 래퍼가 분노를 잃듯이, 수익에 익숙해진 투자자는 경계심을 잃는다.
지금 적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진다.

기록해야 할 것은 주가가 아니다.
주가는 차트에 남는다. 적어둘 필요도 없다.
적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날 어떤 감정이었는지, 무엇이 판단을 흐렸는지, 어떤 원칙을 지켰고 어떤 원칙을 어겼는지.

숫자는 저절로 남지만 감정은 적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 폭락에서 우리를 무너뜨리는 건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다.

같은 상황이 오면 우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그때의 나를 정직하게 기록해둔 사람만 달라진다.
창작자가 결핍을 잃고 날을 잃듯, 투자자도 고통을 잊으면 교훈을 잃는다.

7월은 지나갔다. 그러나 그 7월이 당신 안에 기록으로 남았는지, 그냥 흘러간 기억으로 남았는지는 다음 폭락이 알려줄 것이다.

지금 적어두자. 아직 흐려지기 전에.


-10월 11일 오전 아신 이형수
Відкрити пост в Tele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