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덜 팔고 더 벌었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숫자가 나왔다.
매출 195조 원, 전년 대비 126.6% 증가. 영업이익 107.4조 원, 782.5% 증가. 영업이익률 55.1%.
2분기 영업이익률이 52.3%였으니 또 올라갔다.
그런데 이 숫자를 자세히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매출은 컨센서스에 5% 못 미쳤다. 영업이익은 2% 넘어섰다.
덜 팔고 더 벌었다.
이게 이번 실적의 핵심이다.
물량이 기대보다 적게 나갔는데 이익은 더 났다. 가격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이다. 억지로 밀어내지 않아도 되는 시장, 쌓아두고 팔아도 되는 시장. 과거 메모리 사이클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여기에 환율까지 감안해야 한다. 10% 가까이 빠졌다. 수출 기업에겐 만만치 않은 역풍이다.
그 역풍을 맞고도 영업이익률이 올라갔다. 판가의 힘이 환율 손실을 압도한 것이다.
그런데 주가는 왜 신나지 않을까.
여기에 이 시장을 이해하는 열쇠가 있다.
산업 현장은 여전히 P의 사이클을 살고 있다. 계약 가격은 고점에서 등락하고, 고사양 제품은 여전히 피가 마른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가격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자산 시장은 이미 Q를 보고 있다.
가격이 아니라 물량. 얼마에 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만드느냐. 시장은 벌써 다음 국면에 가 있는 것이다.
이게 반도체 투자의 어려움이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한 발 앞서 움직인다. 실적이 좋게 나와도 이미 지난 이야기면 주가는 반응하지 않는다. 숫자를 확인하고 들어가면 늦는다.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면 안 되는 영역. 특히 반도체가 그렇다.
지금 좋은 실적은 지난 분기의 기록이고, 시장은 내년을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실적이 해준 일이 있다.
실적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걷어냈다는 것이다.
마진이 꺾일 거라는 의심, 환율에 무너질 거라는 걱정, 중국 물량에 치일 거라는 불안. 이런 것들이 숫자 하나로 조용해졌다.
적어도 지금 이 구조는 단단하다는 걸 보여줬다.
다만 앞에 놓인 것들이 있다.
19조 원 규모의 ETF 리밸런싱이 기다리고 있다. 자사주 매입도 종료된다. 옵션 만기까지 겹친다.
셋 다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수급 요인이다. 그러나 수급은 단기적으로 펀더멘털보다 힘이 세다. 7월에 우리가 배운 것이 그것이었다.
변동성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단기로 보는 투자자라면 대응이 필요하다. 예측 가능한 이벤트가 줄줄이 있으니 그에 맞춰 포지션을 조절하는 게 맞다.
중장기로 보는 투자자라면 다르다. 이 정도는 버텨야 하는 맞바람이다.
배를 타고 가다 보면 맞바람이 분다. 돛을 접고 기다리거나, 각도를 틀어 버티거나. 그런데 방향 자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가려는 곳이 그대로라면.
덜 팔고 더 벌었다.
이 한 문장이 지금 메모리 산업의 위치를 말해준다. 밀어내지 않아도 되는 시장에 서 있다는 것.
주가는 당분간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흔들리는 것과 무너지는 것은 다르다.
맞바람 속에서도, 배는 가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
-10월 8일 아침 아신 이형수
[삼성, 덜 팔고 더 벌었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숫자가 나왔다.
IT의 신 이형수
@hslpartners아신 여러분들을 위한 사랑방입니다. 이 채널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오류가 있을수 있습니다. 매수/매도 추천이 절대 아니며 매매의 근거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 해당 게시물의 내용은 어떤 경우에도 법적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언급된 모든 기업은 보유 중일 수 있으며 언제든지 매도할 수 있습니다.
18 716 підписників
Відкрити в Tele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