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MT가 말하는 4F² 기술의 실체와 시장이 놓치고 있는 것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시장은 기존 선도업체의 지위가 무너질 가능성을 먼저 걱정합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는 기술의 작은 변화가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실제 산업의 경쟁구도가 바뀌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오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을 촉발한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기술 발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기술 발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번 발표가 정말 한국 메모리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만큼 중요한 변화인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서 글을 정리해봅니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반도체 밸류체인 투자》 제 책의 374~378 페이지에도 작성한 내용이 있어 참고해보시면 됩니다.
[이슈의 요약]
지난 10월 10일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차세대 D램 구조인 4F² 기술의 개발 발전 상황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말 서버용 DDR5 메모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4F²는 쉽게 말해 같은 크기의 반도체 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도록 내부 구조를 바꾸는 기술입니다. 현재 주류인 D램의 6F² 구조를 4F²로 전환하면 이론적으로 메모리 셀 하나의 면적을 약 33% 만큼 줄일 수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 들어가는 셀의 개수가 최대 1.5배로 늘어나는 셈이죠.
이 기술이 실제 양산에 성공한다면 동일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메모리를 생산할 수 있고, 비트당 원가를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장이 걱정하는 부분은 중국이 한국 기업보다 낮은 가격에 메모리를 공급하면서 글로벌 D램의 가격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겠죠.
다만 어제 오늘의 조정을 CXMT의 기술 발표만으로 설명하기는 비약적입니다.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수익성 논란과 높아진 주가 부담으로 시장의 경계감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의 기술 추격이라는 뉴스가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킨 측면이 있습니다.
[과거 중국의 기술 추격에 따른 조정 사례]
지난 1년을 돌아보면 CXMT와 관련된 기술적 변화가 한국 반도체 주가의 조정을 촉발한 사례가 반복됐습니다.
대표적인 시점은 지난 7월 28일입니다. 당시 CXMT가 중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대규모 자금조달을 통해 메모리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DUV 노광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겹쳤습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4%대 급락했습니다. 당시에도 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핵심 장벽이었던 자금과 장비 문제를 극복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죠.
9월 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CXMT가 AI 반도체에 사용되는 HBM3E의 소량 생산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의 첨단 메모리 시장 진출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습니다. 9월 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0%, 4.7%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세 차례의 조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중국이 새로운 기술을 발표하거나 생산능력 확대 가능성을 보여줄 때마다 시장은 실제 공급이 증가하기도 전에 미래의 가격 경쟁을 먼저 걱정했다는 점입니다.
장기적으로 분명히 경계해야 하는 변화지만, 기술의 진전과 공급의 증가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4F² 기술이란?]
조금 생소한 4F²라는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를 하나의 아파트 단지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D램은 전기를 이용해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반도체입니다. 작은 저장공간 하나가 숫자 0 또는 1을 기억하고, 이러한 공간 수십억 개가 모여 하나의 메모리 반도체를 구성합니다. 이 저장공간 하나를 셀(Cell)이라고 부릅니다. 아파트로 비유하면 하나의 세대인 셈입니다.
아파트 건설사 입장에서는 같은 크기의 땅에 더 많은 세대를 지을수록 세대당 토지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도 같은 원리입니다. 한 장의 웨이퍼에 더 많은 셀을 만들면 동일한 생산비용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지금까지 반도체 기업들은 주로 회로를 더욱 작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파트의 방 크기를 줄이고 복도를 좁혀 더 많은 세대를 넣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방을 무한정 줄일 수는 없습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인데, 회로가 지나치게 작아지면 전류가 새거나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공간의 배치 자체를 바꾸는 방법입니다.
기존 D램의 셀은 크게 두 가지 부품으로 구성됩니다. 전기를 저장하는 작은 그릇인 커패시터와 전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스위치인 트랜지스터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스위치를 바닥에 눕혀 놓고 양쪽에 전기가 오가는 연결부를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부품을 작게 만들어도 연결부까지 포함하면 일정한 바닥 면적이 필요했습니다. 마치 원룸 바닥에 침대와 책상을 나란히 배치하면 아무리 작은 가구를 사용하더라도 일정한 공간이 필요한 것과 같습니다.
만약 침대를 이층 침대로 바꾸고 책상과 수납장을 위아래로 배치하면 어떻게 될까요? 방의 크기를 줄이지 않아도 같은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4F²가 바로 이런 원리입니다. 기존에 바닥에 눕혀 놓았던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세워 메모리 셀 하나가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는 것입니다.
여기서 6F²와 4F²는 셀의 면적을 비교하는 기준입니다. F는 반도체 회로의 최소 선폭을 의미하는데, 같은 선폭을 기준으로 기존에 여섯 칸이 필요했던 셀을 네 칸으로 줄인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CT)이고, CXMT가 발표한 VSG도 이러한 수직 구조의 한 방식입니다. 여기에 메모리를 작동시키는 주변 회로를 별도의 웨이퍼에 제작해 아래쪽에 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까지 결합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술을 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4F²는 갑자기 등장한 기술이 아닙니다. 수직 트랜지스터를 활용해 메모리 셀의 면적을 줄이려는 시도는 20년 이상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오래전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해 왔죠. 그럼에도 본격적인 양산에 이르지 못했던 이유는 구조를 수직으로 바꾸는 순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트랜지스터를 세우면 미세한 전류가 새지 않도록 제어하기 어려워지고, 좁은 공간에 부품들을 위아래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서로 다른 웨이퍼를 붙이는 과정에서는 미세한 정렬 오차나 열에 의한 변형도 문제가 됩니다.
아파트 설계도를 바꿔 같은 땅에 50% 더 많은 세대를 배치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건설을 시작했더니 건물의 구조가 불안정하고,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하며, 공사비까지 크게 증가한다면 어떨까요?
반도체에서도 아무리 많은 셀을 만들 수 있더라도 불량이 많아진다면 실제 생산원가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4F²의 핵심은 더 많은 셀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셀을 기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CXMT가 말하는 4F² 기술의 실체와 시장이 놓치고 있는 것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시장은 기존 선도업체의 지위가 무너질 가능성을 먼저 걱정합니다.
테크밸리 Insight
@triple_stock태크밸리 × 더블알파 × IR Technology × Investment × Company 본 채널에서 언급하는 종목들은 매수/매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 채널에서 언급된 종목은 보유 중이거나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언제든지 사전 예고없이 매수/매도할 수 있습니다. 투자에 따른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본 채널의 게시물은 어떠한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묻는 근거 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13 305 підписників
Відкрити в Tele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