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는 급락 속에서 자란다 By Jay
지난 8일, 외국인 매도의 이유를 찾지 말고 변화를 체크하자는 글을 올렸다. 그 뒤로 외국인 매도는 쉬지 않고 이어졌고, 어제 한국시장은 결국 무너졌다. 글에 쓴 대로 시장은 설명할 틈도 주지 않고 흘러갔다.
그런데 오늘 미국장 마감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미국 반도체는 장 초반의 낙폭을 모두 회복하고 종가는 고가권에서 마감했다. 야간선물도 급등했다.
다만 이 장면에 마음 놓고 환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미장의 훈풍이 한국장으로 제대로 이어진 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의구심이 앞서는 게 자연스럽다.
게다가 핵심은 여전히 수급이다. 신용 물량이 얼마나 정리될지, 외국인이 언제까지 팔지가 단기 방향을 좌우하고, 그 무게중심은 결국 외국인에게 있다.
펀더멘털을 두고 벌어질 고민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급락 이후 쏟아진 분석들이 대체로 보수적인 것도 이해는 간다. 하락을 겪은 직후에는 누구나 앞날을 어둡게 보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나는 트리거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고 본다.
우선 금리다. 불리한 매크로 지표가 나와도 금리가 더는 오르지 않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금리가 너무 높다는 아우성이 시장을 뒤덮었는데, 같은 악재에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다음은 가격이다. SOX가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흔치 않은 일이다. 한국 증시도 초단기간에 역대급으로 빠지면서 가격 매력과 낙폭과대라는 심리적 지지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지난 글을 쓸 때와는 분명 다른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새로운 트리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후보들이 실제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외국인의 스탠스를 바꿀 만큼 힘이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카드를 반복해서 외치던 때와 달리 판이 바뀔 재료가 하나둘 쌓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태도는 여전히 같다. 외국인 수급을 가장 중요하게 보면서, 바닥을 맞히려 하기보다 변화를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지금, 시장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가장 크게 흔들린 뒤에야 새로운 방향이 열리는 경우를 우리는 여러번 봐왔다.